인재 킬러형 관리자의 7가지 유형
인적 자원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실력을 키워주고, 열정을 고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 축이 바로 관리자들이다. 강한 인재를 길러내는 관리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재를 망치는 인재 킬러형 관리자도 많다. 이에 대해 살펴본다.
기업들의 인재 유치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강도 높게 전개되고 있다. 치열한 시장 점유 경쟁을 하듯 기업들의 인재 유치 활동이 공격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Talent War’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재 확보 노력은 일류 기업으로 향하는 출발점인 만큼 최우선해야할 경영의 핵심 과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좋은 사람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재 유치는 시작일 뿐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키워주고, 동기부여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결정적인 핵심 동인이 바로 관리자들이다. 관리자들 중에는 부하의 능력을 잘 키우고 열의를 복돋아 주어 최고의 인재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렵게 유치한 인재를 망치는 인재 킬러형 관리자들도 있다. 그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과 특징들을 보자.
독선적 권위형
인재를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관리자의 모습으로는 우선 독선적 권위주의형을 꼽을 수 있다. 이 경우 대개가 귀족 의식이 매우 강하고, 자신의 뜻대로 일이 안되면 부하들에게 쉽게 화를 내거나 지위적 권위로 억압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관리자 밑에서는 직원들이 상사를 무서워 하고 주눅이 들어, 창의성이나 일에 대한 열정이 발휘될 없다. 단지 상사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일할 뿐이다.
권위의식이 강한 관리자의 더 큰 문제는 아랫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의 의견에 대한 부하들의 반론이나 비판을 진지하게 듣고 수용하는 면이 매우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하 직원들이 상사에게 좋은 것만 이야기 하고 나쁜 정보는 감추게 되는 커뮤니케이션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관리자의 열린 커뮤니케이션 행동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동기부여 요인이다. 개인이 하고 싶은 말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에 버금가는 동기부여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리자들의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은 종업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인재들을 떠나게 만드는 커다란 인재 파괴 요인일 수 있다.
고대 중국 제왕들의 성패 사례가 좋은 교훈을 준다. 초대 당나라의 부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태종은 신하들이 범접하기가 어려운 매우 위엄이 있는 인상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제위 초기에 신하들이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상하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깨달은 태종은 항상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신하들과 자주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노력을 했다. 또한 누구라도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를 만들고, 좋은 간언(諫言)을 하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내려 용기를 복돋아 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훌륭한 인재들이 주변에 많이 모여 등용될 수 있었다. 반면, 대표적인 폭군으로 평가되는 수나라의 양제는 매우 독선적이고 신하의 간언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신하들은 모두가 왕을 두려워하고 충언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 결과 인재들은 모두 떠나고, 패망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참고: ‘중국 고사에서 배우는 제왕학’).
일류 기업들의 중요한 특징중 하나는, 관리자들이 직원들과 열린 의사소통을 통해 그들의 잠재력이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강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메모리 분야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강자로 변신하여 성공한 인텔의 근본적인 강점도 바로 열린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있었다.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의견은 먼저 밑으로부터 강하게 제기 되었고, 이러한 주장이 임직원들간의 열띤 토론을 거쳐 최고경영자에게 수렴되어 전략 변화로 연결된 것이다. 구성원들이 서로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건설적인 논쟁이나 대화를 나누고, 이로부터 해법을 찾는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눈에 보이지 않은 핵심 역량이었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턴은 자사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직원들과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만큼 경영자를 비롯한 관리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무임 승차형
어떤 개인이 가장 크게 동기부여 되는 경우는, 회사나 조직으로부터 인정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들이 부하의 헌신과 공을 제대로 인정해 주고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부하의 공을 인정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상사는 관리자로서 기본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전형적인 경우가 바로 자신은 별다른 노력이 없이 부하들의 헌신과 희생 덕에 직장 생활을 하는 무임승차형 관리자이다. 이런 관리자들의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부하의 공을 가로채는 행위를 꼽을 수 있다. 예컨대 부하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나 성과물을 자신이 직접 한 것처럼 하여 윗사람에 보고 한다든지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마치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식과 같은 모습이다. 이는 부하들의 일할 의욕과 사기를 꺾고 상하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다.
말만 앞서고 솔선수범하지 못한다는 점도 무임승차형 관리자가 갖는 특징이다. 부하들과 같이 고민하고 현장에 몰입하기 보다는 지시만하고, 본인은 슬쩍 뒤로 빠져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리자에게는 부하 직원들을 불필요하게 통제하고 감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정규 근무 시간 외에 특정한 목적이 없이 불쑥 전화를 하여 부하 직원이 야근하고 있는지, 주말이나 휴일에 나와서 근무를 하고 있는지를 체크 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관리자의 이러한 행위들도 부하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사기 저하를 가져오는 주된 요인이다.
감성 결핍형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떨어지는 관리자도 큰 문제다. 감성 지능이 낮은 관리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은 부하의 감정이나 기분 등 내적인 심리 상태를 배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리자들 중에는 오직 일 밖에 모르는 일 벌레형 관리자들이 많을 수 있다. 구성원들이 잠시의 여유를 갖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 하고, 사원들이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야 마음을 놓는 경향이 있다. 상사가 지나치게 일 중심으로 움직이고, 부하의 개인적 고충이나 스트레스 등 인간의 정서적인 측면에 대해 무감각하게 되면 조직적 탈진(burn-out)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재미, 의욕을 꺾고,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Daniel Goleman이라는 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일류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감성 지능이 높다고 한다. 지능이나 지적 능력, 기술적 능력은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필요 조건이기는 하나, 충분 조건은 아니다. 감성 지능이 낮은 사람은 날카로운 분석적 사고와 명쾌한 아이디어는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탁월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한다. 감성 지능이 높은 관리자들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부하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자기 인지력,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에 적절히 대응 조치할 수 있는 감정 이입력, 부정적인 충동이나 기분, 행동을 조절하는 자기 통제력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GE의 웰치 전회장은 재임 시절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사원들로부터 중성자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냉혹한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반면에 사원들의 정서나 감정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섬세한 면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어느 사업부의 한 중견 사원이 웰치 회장 앞에서 직접 보고를 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해 해당 직원은 굉장한 심적 부담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웰치 회장은 해당 직원에게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게 해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을 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웰치는 결단력 있는 카리스마와 함께 부하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도 잊지 않은 섬세한 감성도 지니고 있었던 경영자가 아닌가 싶다.
해바라기형
위계적 관료 문화가 강한 조직에서 흔히 있는 현상의 하나가, 정치적이고 강자에게 절대 복종하는 해바라기형 관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타입의 관리자는 윗사람에게 약한 대신, 아랫 사람들에게는 군림하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자신보다 파워가 있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잘 보이려는 Show-up 기질이 강하다. 그 때문에, 부하의 공을 가로채거나 자기 보다 뛰어난 부하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도 보이게 된다. 이런 관리자 밑에서는 부하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제 2인자가 키워지기 어렵다.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해바라기형 관리자는 뒤에서 조용히 일하는 도덕적 겸양이 부족한 면이 있다. ‘Good to Great’라는 책의 저자로 유명한 Jim Collins에 따르면, 위대한 기업을 만든 일류 리더(Level 5 리더)들은 뛰어난 업무 능력 만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겸손함도 같이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이 그 존재가 있는지 조차 모르는 지도자(‘太上 不知有之’)라고 하였는데, 그 요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자린고비형
인재를 키우고, 지속적으로 동기부여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기본이다. 이런 투자 마인드가 약한 사람이 자린고비형 관리자이다. 이 같은 관리자는 당장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인재라는 큰 자산을 놓치는 소탐대실의 모습을 보이기 십상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많은 자원을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다. 예컨대, 교육훈련이나 복리후생 측면에서 보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종업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많이 있다. 관리자가 이런 부분에 드는 비용을 아까워 한다면 부하 직원들의 스트레스나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금전적인 요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간적인 투자도 중요하다. 관리자가 자신의 업무 시간을 쪼개어 육성 활동에 투자하는 데 인색해서는 부하 직원들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 GE의 잭 웰치, 인텔의 앤디 그로브, 펩시의 로저 엔리코 등 일류 경영자들은 자신의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사원 교육 등 인재 육성 활동에 쏟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원들의 작은 실패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도 인색한 관리자의 특징이다. 실패 경험을 통한 학습의 효과 보다는 그에 따른 비용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작은 실수나 실패조차 용인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보수적으로 흐르게 되어 창의성이나 도전적인 행동이 나올 수 없다. 노키아, 3M 등 혁신 지향적인 기업에서는 R&D 프로젝트 등 중요한 과제를 추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탓하기 보다는 재도전하도록 고무하는 소위 ‘Blame-free’ 문화가 강한데, 그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겠다.
자유방임형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관리자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부하에 대한 건설적인 질책이나 피드백 활동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적인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냉정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일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세심한 점검과 피드백을 전혀 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 부하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칭찬이나 좋은 말만 하거나 인기에 연연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관리자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는 자유 방임 행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하 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편할지는 모르나 일에 대한 몰입도나 실력이 늘지 않는다. 또한 업무 자세의 해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때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부하에게 따끔한 피드백과 충고를 가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하들이 상사에게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의 하나가 바로 ‘피드백’이라는 사실도 있다. 이 점에서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는 좋은 모범이 된다. 일부 스타 의식이 젖어 있는 선수들을 주전에서 제외시키는 등 냉정한 피드백과 질책을 통해 팀을 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이지메형
인재를 상실하는 관리자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는 자신의 눈 밖에 난 직원은 홀대하고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타입이다. 예컨대 사소한 일에도 꼬투리를 잡아 야단을 치거나, 다른 사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는 일본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일종의 ‘이지메(いじめ)’에 가깝다. 마치 학교에서 특정 학생을 ‘왕따’시키는 것과 같은 행위로 특정의 부하 직원을 괴롭히고 소외시켜 버리는 현상이다. 이 같은 관리자의 행위는 당사자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정신 건강을 파괴하고 직장 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다른 동료 직원들의 정서적 불안감이나 사기 저하를 유발하여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과로사가 많기로 유명한 일본의 경우, 10년 이상의 장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직장내 이지메 현상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상사가 부하에게 과도한 성과 압력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까지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컨대, 과거 일본의 한 생명보험 회사에서 사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주요 원인도 상사로부터 받은 심한 스트레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참고: 週刊 ダイヤモンド, 2002. 5. 18).
구성원들의 능력을 키워주고,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스템만으로 한계가 있다. 관리자의 리더십이 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에 일본의 한 연구 기관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직장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이 ‘상사’라는 서베이 결과가 있다. 미국의 경우도 이런 연구 결과가 많다. 예컨대, 퀼컴사가 자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인재들이 이직하는 큰 요인으로 상사의 리더십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 연구원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인재 관리에 있어 관리자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함을 보여 주는 증거들이다. 어렵게 유치한 인재들을 떠나가게 한다든지, 보다 강한 인재로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관리자들의 모습 때문이 아닌지 심도 있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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